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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광주 지역 사전투표소에 참일꾼을 뽑으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 동구 지원2동 행정복지센터 내 사전투표소 앞은 새벽 어스름을 뚫고 때 이른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 십수명이 투표 시작 선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6시 투표 시작과 동시에 선거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원 확인을 마치고 투표용지를 받아든 시민들은 짧은 고민에 빠지거나 후보 기호를 거듭 확인한 뒤 기표소로 발을 옮겼다.
시종일관 굳어있던 유권자들의 표정은 기표소를 가리고 있던 흰 장막이 걷히면서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투표소를 나온 시민들은 “청년들이 잘 사는 세상” “먹고 살기 편한 세상” 등 저마다 바라는 세상에 대한 열망을 한마디씩 주고받기도 했다.
이날 지원2동 사전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친 전모(69)씨는 “평소 국가는 국민과 정치인 모두가 합심해 바꾸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모두가 만든 나라를 대통령 한명이 고작 3년만에 망친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심판이 아닌 망가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초 공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예술인으로서 12·3계엄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보태온 부부도 함께 투표에 나섰다.
장호준(57) 풍물연희예술단 광대 대표는 “이번 대선은 12·3계엄부터 이어져 온 내란 상황에 대한 종식 선언 절차”라며 “45년 전 5월18일 광주에서의 열망이 오늘로 이어진 만큼 반드시 바라는 세상이 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쌍촌동 쌍촌종합복지관에 차려진 상무2동 사전투표소 입구 역시 투표 시작 전부터 유권자 4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투표소에는 출근 전 헐레벌떡 뛰어온 직장인, 아침 운동 가기 전 투표소를 찾은 어르신, 휠체어를 탄 노모와 함께 온 아들 등 다양한 유권자들이 모였지만 참 일꾼을 뽑으려는 마음 만은 같았다.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설렘 반, 긴장 반 속 투표 순서를 기다렸다.
1시간 전부터 투표소 앞에 서 있던 한 70대 시민은 “일꾼 뽑는 중요한 날인디 먼저 와 있어야제”라며 “서민들 평안하게 잘 살게 해주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른 아침부터 채비해 투표소에 도착한 한 주민은 신분증을 지참하는 것을 깜빡해 “내일 오겠다”며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전 6시 정각, 차례대로 입장한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마친 한 시민은 투표소 입구에서 촬영한 인증 사진을 모바일 메신저 가족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투표를 마친 쌍촌동 주민 김모(56)씨는 “아따~속이 다 시원해브네”라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요즘 같은 민주시대에 계엄으로 얼마나 국민들 가슴이 벌렁벌렁 했느냐. 경제도 파탄이 났다. 국민 만을 바라보고 일하는 일꾼이 뽑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컨벤션홀 앞 용봉동 사전투표소 역시 투표 시작 30분전부터 모여든 유권자들로 붐볐다.
운동복 차림으로 런닝을 뛰다 대기줄에 합류한 시민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뤄 산책을 하던 일행까지 더해지면서 금세 100명이 훌쩍 넘었다.
고령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투표소를 찾은 20대 손주부터 아들의 생에 첫 투표를 기념하기 위해 일찍이 함께 나선 가족,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재계까지 하고 왔다는 모녀까지 나라를 이끌 새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이른 아침 발걸음을 옮겼다.
투표를 마친 한 시민은 홀가분하다는 듯 투표소를 빠져나오며 선거사무원과 다른 시민들에게 연신 “모두 수고하십니다”라고 응원을 보내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투표소 앞은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인증샷을 촬영하는 ‘포토존’이 됐다.
고등학생 아들의 첫 투표를 기념해 온 가족이 함께 투표장을 찾은 신모(58)씨는 “엄마·아빠가 아들의 첫 투표권 행사를 응원하고 싶었다. 너무 일찍 일어난 아들이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내심 뿌듯하다. 새로운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침체된 경제를 살려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근 전 투표를 마친 김모(57)씨는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비상 계엄과 탄핵으로 혼란에 빠진 정세를 바로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며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국정 운영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 위기와 혼란에 빠진 나라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려주길 바란다”며 “다시는 민주주의 가치가 위협받지 않는 새로운 전환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된다. 지역 내 사전투표소는 광주 96곳, 전남 298곳에 설치됐다. 선거인 수는 광주가 119만4191명, 전남이 155만8464명이다.
박도일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