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집단 발포 직전’ 촬영, 민간 필름·영상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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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18 ‘계엄군 집단 발포 직전’ 촬영, 민간 필름·영상 첫 공개

5·18기록관, 민간인 기증 미공개 필름 시사회
5월21일 광주시민 시선서 바라본 상황 담겨
리어카 신원미상 시신 동선 파악 도움 가능성

27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45년 전 5·18 당시 촬영된 미공개 영상 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5분 40초 길이 영상에는 계엄군의 대시민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21일 오전 발포 직전 상황이 담겼다. 영상 속 계엄군에 의해 숨진 광주시민이 실린 리어카가 금남로에서 시민들 사이를 지나다니고 있다. /뉴시스
[광전매일신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5월21일 민간인이 당시 실황을 녹화한 필름이 45년 만에 공개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기록관에서 시사회를 열어 기증자 문제성씨로부터 받은 8mm 필름과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다.
5분40초 길이 필름 속에는 5·18 항쟁 정점인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대시민 집단 발포 직전 상황이 담겼다.
내용을 분석하고 증언을 종합한 결과 영상에는 계엄군에 실탄이 분배됐을 것으로 보이는 당일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 사이 시간대가 46개 클립에 나눠 녹화됐다. 영상은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이 진을 친 옛전남도청을 바라보는 각도에서 촬영됐다.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살해된 시민의 시신 2구를 리어카에 실어 옛전남도청으로 향하는 장면, 옛전남도청 상공을 비행하는 헬기(UH-1H)와 군용 수송기의 모습이 담겼다.
아세아자동차 공장에서 시민들이 몰고 온 장갑차와 이 위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시민들, 계엄군의 최루탄 투척으로 무너지는 시위대의 대열, 최루탄 속에서도 리어카에 실린 시신을 지켜낸 시민들의 모습 등도 녹화됐다.
영상은 당시 외국계 사무기기업체의 광주지사에서 일하던 문씨가 촬영했다.
초파일 휴일을 맞아 영상 녹화 장비를 챙겨 거리로 나온 문씨는 당시 금남로에 세워진 아치형 구조물에 올랐다. 아치형 구조물은 19회 전남체전·61회 전국체전 선수단 응원 차원에서 설치됐다.
기록관은 기증받은 필름·영상이 향후 진상규명 과정의 핵심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을 바라보는 각도에서 촬영된 ‘왜곡이 없는 녹화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밖에 현재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리어카 속 시신에 대한 행방을 추적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기록관 관계자는 “기존에 공개된 영상물 중 일부는 필름 순서나 시간대가 뒤바뀌거나 연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며 “반면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타임라인이 명확히 유지돼 계엄군 측 진술 진위나 영상 조작 의혹을 교차 검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집단 발포의 전조였던 실탄 분배, 대열 정비 상황, 리어카 속 시신이 향한 일부 경로 등도 담긴 만큼 (영상을) 명확히 복원할 경우 향후 5·18 진상규명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겠다”고 했다.
기록관은 기증받은 영상에 대해 추후 고해상도 복원 작업을 거쳐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오권철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