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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직후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농도도 짙어지고, 타이어 연소에 따른 유해 물질 배출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주민 2차 피해가 우려된다.
25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난 19일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인명 피해 5793건이 접수됐다.
피해를 호소한 주민들은 피부 발진과 목 따가움, 두통·근육통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가 속의 이산화황이 타면 이산화황탄소·벤젠·톨루엔·일산화탄소·시안화수소 등 유독물질이 배출된다.
실제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농도도 짙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코리아에 공개된 광주 대기환경측정 결과 유해 중금속으로 분류된 ‘납’ 성분은 화재 전날인 16일 0ng/㎥을 기록했다가 화재가 발생한 17일 18ng/㎥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이튿날 오전 납 검출량은 9~14ng/㎥, 주불이 잡힌 뒤인 22·23일에도 8~9ng/㎥까지 올랐다.
호남권 1년 대기중 납 검출 평균값이 6ng/㎥인 점을 고려하면 화재 직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발암 1군 물질인 니켈의 호남권 1년 평균치는 1ng/㎥인데, 화재 이튿날인 17일부터 2~4ng/㎥을 기록했다.
19일 오후에는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인 76ng/㎥을 초과한 124ng/㎥에 달했다. 같은 시간 미세먼지도 ‘매우나쁨’ 수준 151ng/㎥을 상회하는 180ng/㎥을 기록했다.
광주시와 영산강환경청은 대기중 오염 물질이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화재 연구에서는 타이어 연소에 따른 인체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창우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지난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서 호흡기·폐·신경계·피부질환 발생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스페인에서는 2016년 매립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타이어 7만~9만톤t이 연소했다. 스페인 타라고라공립대 의대팀은 화재 이후 중금속과 발암물질을 지역주민들이 흡입해 발암 확률이 일반 지역보다 3~5배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국제환경’에 발표했다.
스페인 매립지 화재의 경우 타이어가 9만t이 탄 반면 금호타이어 공장의 경우 두배에 달하는 생고무 20t이 탄 것으로 추정돼 주민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주민 피해를 고려해 타이어 연소 당시 사용한 화학재료를 정확히 파악해 인과관계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화 조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타이어 재료인 황과 분진의 원인이 되는 카본블랙이 결합되면 인체에 유해한 분진 형태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장에서 당시 어떤 물질이 얼마나 소실이 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5000명이 넘는 주민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조사해 급성·만성기 장기 치료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공장 인근 하천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거나 물고기 폐사와 같은 수질 오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타이어는 주민 피해가 우려되면서 조기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
오권철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