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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양에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Nicomachean Ethics)》에서 인간은 윤리적으로 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 극단적인 태도를 피하고, 상황에 맞는 최적의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제창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중용을 지키며 사는 것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바라는 것만 하고 싶어 하고, 싫어하거나 흥미가 없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인간 심리 저변에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잘한다고 자신한 분야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금도를 넘어 만용으로 치달을 때도 있고, 이와 반대로 자신이 없는 어떤 사물에는 너무 소극적일 수도 있다.
몇 가지 중용 관련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몇 년 전에 중용을 강의한 적이 있다. 청중에게 ‘밥솥의 원리’를 인용하여 설명하였더니 많은 사람들이 흥미 있게 받아들였다. 밥솥에 씻은 쌀을 넣고 물을 조절할 때 정확한 비율은 아니지만, 손등 높이로 밥을 지으면 밥 먹기에 좋다. 중요한 것은 물 조절이다. 많이 부으면 죽(粥)이 되고, 너무 적게 부으면 설익어서 윗부분은 생쌀 그대로 있다. 옛 우리 어머니는 무심코 중용 실천을 매일 한 셈이다.
건강 관리에 있어서 운동이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운동량이 부족하면 몸이 비대해져 내장 장기에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당뇨병, 대장암, 치매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반면 운동량이 지나치게 과다하면 면역이 억제되어 감기 등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게 된다고 말한다.
중용적인 관점에서 보는 종교관이다. 건전한 종교 생활이란 자기가 믿는 신앙에 조화로운 믿음을 부여하며 일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일상보다 지나치게 종교에 치우치면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한다.
인도 마하트마 간디는 힌두교에만 치중했으면 인도의 ‘국민운동’을 이끌지 못했다. 자신이 속한 종교보다는 더 위대한 뭔가를 열망했기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운동을 지도하였다.
미국 마틴 루터킹(Martin Luther King) 목사도 침례교회만 치중했으면 비폭력 운동을 이끌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성별, 인종, 지역, 종교를 가리지 않고 모든 미국인에게 존경받는 인물로서 ‘흑인 민권 운동’의 영원한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선천적인 재능이나 후천적인 노력으로 빨리 배워서 조기에 명문대나 각종 고시의 문턱을 패스하면 인간은 누구나 다 조금씩 교만해진다. 국가나 회사, 조직에서 우수 인재 획득 차원에서 명문대, 우수 인력들이 지나치게 몰려있어서 오히려 국민에게 좋은 영향보다는 부담스러운 영향을 주고 있다.
작년 12.3쿠데타 세력을 보자. 국방장관 김용현(육사 38기),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육사 46기), 특전사령관 곽종근(육사 47기), 방첩사령관 여인형(육사 48기), 수방사령관 이진우(육사 48기),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사 50기) 등 국방 주요 요직에 육사 출신만이 집중적으로 보직되어 임무 수행하는 구조였다. 즉 한 학교 출신으로 높은 요직에 등용하는 것은 통수권자의 성격에 따라 국가 안보와 정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는 중용에 어긋난 인사 운용으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출된 ‘국립의대 교수 편성’ 자료(2022)에 따르면 서울대는 356명 중 275명(77.2%), 부산대 121명 중 102명(84.3%), 전남대 146명 중 127명(87%) 등 자교 출신 교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편벽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반면에 카이스트 공과대학 52명 교수의 분포도(2025.4)를 보면, 카이스트 모교 출신 14명(28%), 서울대 23명(44%) 기타 15명 (28%)로 비교적 균형과 조화로운 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헌재와 대법원을 보자, 헌법재판소의 경우(2025년) 9명의 재판관이 서울대 법대 8명(88%), 지방대 1명(12%)으로 편성되어있고, 대법원 소속 대법관(2025년) 14명 중 서울대 법대 12명(86%), 고려대 1명(7%), 한양대(7%) 1명이다.
법복, 제복을 착용한 직업은 계급과 숨은 급수의 위력으로 위계질서가 잡혀있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상호 질적 교류와 보이지 않는 소통 채널로 펜과 돈이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다. 헌재와 대법원의 주요 구성원 편제는 지나친 학연으로 신뢰가 무디어 보인다. 새 정부 들어서면 국민 눈높이로 바로 잡아야 한다.
최고의 인간적 삶은 중용이다. 치우치면 세상이 평화로울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에서 무너진 균형과 조화를 찾아 중용을 실천해야 한다. 낮이 길면(夏至) 밤이 긴 쪽(冬至)으로 작용하는 우주의 질서처럼, 작용과 반작용 원리처럼 치우침이 없이, 마음을 비우고, 사욕을 내려놓을 때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채근담(菜根譚)》에 “꽃은 반쯤 피었을 때 감상하고, 술은 취기가 오를 정도만 마시면 아름다운 행복이 있다. 만약 꽃이 눈부시도록 활짝 피고, 술에 지나치게 취하면 문득 재앙이 올 수 있다.”라며 중용을 예술로 표현했다.
광전매일신문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