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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발표한 ‘21대 조기 대선 노동정책 요구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50.2%는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민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유급 휴일 의무에서 제외돼 있어 고용주가 별도로 휴일을 부여하지 않는 이상 정상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약 350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0%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3명 중 1명의 근로자들이 참정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선거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참정권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전날(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과 돌봄노동자, 판매서비스,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교대제나 업무 일정에 묶여 투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투표권은커녕 선거일에 쉬겠다는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제6조 2항에 따라 근로자가 투표 시간을 요청할 경우 고용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때문에 근로자가 만약 사전투표 기간과 본투표일인 6월 3일 모두 근무할 경우 고용주에게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형식적 권리와 현실의 괴리다. 대체 인력이 없는 구조에서 투표권 보장은 고용주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를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적 보호는 유명무실이 된다. 직원 수가 적어 한 명의 부재가 곧 전체 업무에 큰 영향을 주는 사업장일수록 투표를 위한 이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투표일에 유급휴일을 확대 적용하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이다. 이미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는 이미 수차례 지적됐지만, 법 개정은 매번 ‘영세사업장 경영 부담’이라는 이유로 미뤄져 왔다.
전문가들은 투표권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규모’를 법의 잣대로 삼지 않고 모든 근로자에게 공평하게 선거일에 투표할 수 있는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은 소득이 낮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참정권이 박탈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 시장의 불평등을 상징하기도 한다”며 “이를 방치하는 것 자체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헌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