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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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기쁩니다." 참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다. 샌드라데이 오코너의 말이다. 오코너는 미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2005년 은퇴를 선언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다. 그런데도 물러난 것이다. 왜일까. 바로 남편 때문이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을 가까이서 돌봐주기 위해서다.
그는 이미 부인인 오코너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요양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치매환자의 생활은 자신에게는 천국일지 모르지만 가족에게는 지옥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때문에 치매환자를 소홀히 돌본다고 무조건 욕해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도 결코 쉽사리 돌을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코너는 엄청난 명예를 갖고 있는 연방대법관까지도 놔버렸다. 대단하지 않는가.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언젠가 남편이 요양원에서 만난 치매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봤다. 서로 애무를 함은 물론 손을 잡고 산책도 하는 등. 하지만 그런 현상들이 오코너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라도 남편이 행복하길 바랬다.
오코너 부부의 아들도 "아버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아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됐다며 좋아하세요." 줄곧 자살 이야기만 했던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뒤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처럼 누구나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도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아니 타인의 견지에서는 보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각각 자신의 시각에서만 보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수라장이 되지 않을까. 자기 색깔만 고집하기 때문에 노란 눈은 세상이 노란색이라고, 빨간 눈은 빨간색이라 우길 것이다. 그러니 접점이 나오겠는가. 때문에 날마다 머리 터지게 싸우지 않겠는가.
권력층은 권력층대로, 재벌들은 재벌들대로, 일반국민들은 그들대로. 때문에 실권을 하고, 사업이 망하고, 살인을 하는 등 막가파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도 보도록 하자. 그래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 다양한 삶도 살 수 있으니까. 그만큼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코너의 삶의 자세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의 남편은 인간무능력자 상태인 치매환자이니까 가능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인지능력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럼 혹자가 우기듯이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매우 영광스런 자리인 연방대법관 자리를 사퇴한 것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것도 극도의 지남력 장애가 있는 치매환자인 남편을 위해. 생각을 다시 각자에게로 돌려보자.
나이 든 치매환자인 남편 또는 아내를 위해서 그런 영광스런 자리를 던질 수 있는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가능하다. 세상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지금도 한창 싸우고 있는 정치인들. 자칭 상류층이라는 사람들. 제발 생각을 달리 가져보라. 역지사지를 해보라. 분명히 뭔가가 달라질 것이다.



시인,사회복지학 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