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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술・담배는 기본이다. 성관계 역시 부지기수다. 성병에 걸린 경우도 있다. 이런 생활이 고교시절이 끝날 때까지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학교를 가지 않은 체 불도 켜지 않은 컴컴한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곱디고운 시절이 무너져가는 슬픈 장면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원인은 다양하나 일반적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 및 아동학대의 희생자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이처럼 어떤 특정상황에서 열심히 했음에도 어쩔 수 없었던 나쁜 경험이 계속 쌓이고, 모든 상황으로 일반화되어 나타나는 무기력을 '학습된 무기력'이라 한다.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변모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우선 이런 조건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나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조건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그 누가 자신의 가족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가겠는가. 그런데 방심이 이런 현상을 빚어낸다. 핵가족 하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바쁘게 움직여야 삶을 부지할 수 있다. 때문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늦은 밤이 돼서야 귀가한다. 이러는 동안 어린 자녀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은 물론 부유층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얻어지는 게 무기력증이다. 이를 방치하면 사람구실을 못할 수도 있다. 영원히.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성공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급선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이자 학습된 무기력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마틴 셀리그만 교수팀은 동물들의 '숙달된 무기력'을 실험하던 도중 이런 원리가 인간의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20여 년간의 숱한 실험과 현장조사연구를 통해서 비관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상황해석과 언어표현 습관을 긍정적・낙관적으로 바꿔줌으로써 누구나 희망에 찬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인지적 치료법을 개발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무기력의 타성에 빠진 개에게 실험을 했다. 물이 젖은 바닥에 전기를 흘려보냈다. 피할 생각을 않고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그 정도로 무기력했다. 때문에 실험실 바닥에 전기를 흘린 후 무기력하게 엎드릴 때마다 목줄을 당겨서 안전한 방으로 옮겨줬다.
그렇게 수없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안전한 방으로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경험토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전기를 흘려서 고통을 줬을 때 놀랍게도 전과는 달리 벌떡 일어나 안전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즉,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자신감이 회복된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결과다. 그렇다. 긍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인간은 이 세상 그 어느 생물체보다도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애초부터 무기력증 환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상수가 아닐까. 명심하자.
시인,사회복지학 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