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을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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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욕을 버려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돈이라 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건강이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일 것이다. 건강해야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퇴색해지면 의욕도 줄어든다. 짜증도 나고 싫증도 느낀다. 결국 건강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부귀보다도 상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권력, 경제력 등을 모두 확보해도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허사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오로지 출세를 향해서만 달려가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위해서라면 애정 없는 섹스는 물론 자신의 장기까지 매매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요즘 세상의 풍속도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나쁘게 말하면 미친 세상이다. 이런 삶을 산다고 해서 반드시 뜻하는 바를 이루는 것도 아닌데. 이른바 성공이라는 과실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 획득한 경우에도 이미 건강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몸을 혹사시켰기 때문이다. 마음을 삭막한 폐허덩어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삶이 진정으로 내게 필요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관차에서 하차해야 한다. 내리지는 않더라도 파노라마처럼 전개되어가는 바깥 경치에 빠져볼 필요는 있다. 인생은 다시 오지 않는다. 때문에 매 순간이 소중하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 쉼이 없다. 그래서 현재의 시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영원 속의 한 점인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인생은 5분의 연속'이라는 각오로 글쓰기에 매달렸다. 왜 그랬을까.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 1849년 12월. 엄청나게 몰아치는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러시아 셰메노프 사형장 사형대 위에 반체제 혐의로 잡혀온 28살의 젊은 사형수. 집행관은 그에게 마지막 5분을 주었다. 그 5분도 점점 흘러 마지막 1분만 남았다. 사형수는 두려움에 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후의 1분도 다 지나갈 무렵. 그때 황제의 명을 받은 전령사가 저 멀리서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왔다. "사형 집행을 멈추시오!!!" 라면서. 결국 황제의 명으로 살아난 이 젊은이는 4년간 시베리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이 젊은이가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영원한 만남" 등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사지에서 돌아오면서 삶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것이다.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결코 헛되이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때로 시간의 지루성을 느낄 때가 있다. 헛되이 보낼 때도 있다. 너무나 귀중한 시간을. 한번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서글픈 일이다. 때문에 현재를 즐겨야 한다. 그 즐김의 시간들을 더해갔을 때 한 인간의 아름다운 역사를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연조 깊은 분들마저도 추잡한 욕망에 그득 찬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에는 정치인도, 학자도, 종교인도, 연예인도, 돈 많은 부호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이 세상을 미친 세상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세상에서 갈지자걸음을, 때로는 난폭운전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은 죽음뿐이다. 죽음이 아닌 인생을 관조하면서 이런 병리적 현상들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분명히 있다. 그것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욕을 버려야 할 것이다. 과욕을.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편집국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