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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무기력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 및 아동학대의 희생자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이처럼 어떤 특정 상황에서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었던 나쁜 경험이 계속 쌓이고, 이런 경험이 모든 상황으로 일반화되어 나타나는 무기력을 우리는 학습된 무기력이라 한다. 학습된 무기력이 만성적으로 지속 되면 우울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우선 이런 조건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너무나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누가 자신의 가족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가겠는가. 그런데 조그만 방심이 이런 현상을 빚어내는 것이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바쁘게 움직여야 삶을 부지할 수 있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귀가한다. 이러는 동안 어린 자녀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은 물론 부유층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얻어지는 게 무기력증 환자다. 이런 무기력증을 그대로 방치하면 영원히 사람구실을 못하는 인간으로 변모되어버릴 수도 있다.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성공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이자 학습된 무기력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마틴 셀리그만 교수팀은 동물들의 '숙달된 무기력'을 실험하던 도중 이 원리가 인간의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20여 년간의 숱한 실험과 현장조사 연구를 통해서 비관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상황해석과 언어표현습관을 긍정적, 낙관적으로 바꿔줌으로써 누구나 희망에 찬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인지적 치료법을 개발했던 것이다.
이들은 처음 무기력의 타성에 빠진 개에게 실험을 했다. 이 개는 물이 젖은 바닥에 전기가 흘러도 피할 생각을 않고 그대로 엎드려 있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그래서 실험실 바닥에 전기를 흘린 후에도 개가 무기력하게 엎드릴 때마다 목줄을 당겨서 안전한 방으로 옮겨 줬던 것이다. 그렇게 수없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안전한 방으로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경험토록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전기를 흘려서 고통을 주었을 때 그 개는 놀랍게도 전과는 달리 벌떡 일어나 안전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즉,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자신감이 회복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결과였던 것이다. 그렇다. 긍정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인간은 이 세상 그 어떤 생물체보다도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애당초부터 무기력증 환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