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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이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반작용과 반작용'의 이치에 벗어나 있는 상황을 보는 듯하다. 집권자 철학의 결핍에서 빚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3권분립의 시스템이 상호 균형을 위한 과정에서 다툼의 결과물로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그릇은 한반도 크기의 그릇보다 더 커야 한다. 그릇이 커야 형태가 다른 그릇을 포용할 수 있다. 특히 정치가는 마음의 그릇이 넓고 커야 철학이 다른 세력과 공존할 수 있다. 그릇의 크기는 리더(leader)의 덕(德)스러운 바탕과 실천하는 인(仁)이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조선 중기에 일어났던 기축옥사(1589)에서 선조의 리더 그릇을 보자. 정여립이 홍문관에서 사직하고 전주로 낙향하여 대동계를 조직, 활쏘기, 강학 등 실행하였다. 그런데 황해도 관찰사 한준과 몇몇 군수들이 모여 "정여립이 고향에서 혹세무민하고, 기축년 말 서울을 쳐들어갈 것이라"라며 근거 없이 "정여립(鄭汝立)의 역모"를 고변했다. 이때 선조는 감정을 품고 있는 동인 정여립을 의금부를 통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힌 서인 정철 세력과 조작된 수사로 동인의 영수 이발과 이길 형제, 호남 사육신을 비롯한 수백 명이 희생당했다. 소심한 성격과 왜곡된 사상에 빠진 선조는 조정의 분열을 해소하지 못하고, 강해진 동인 세력을 처형하고 탄압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5.16 혁명 후 반대파 이한림 장군을 추방시켰다. 나중에 화해하고 건설부 장관에 등용시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필생의 라이벌인 정적 김대중을 서거 전까지 사면 복권 시키지 않아 대덕을 갖춘 정치가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무기징역과 17년 형을 선고받은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하고 자기 반대 세력의 관료를 등용시켜 화합의 정치를 펼쳤던 점은 큰 그릇을 갖춘 리더이라 할 수 있다.
지지율 20% 최저치를 기록한 윤석열 대통령은 정책추진력이 상실되고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까 우려스럽다. 그 원인은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판검사 DNA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전적 무속신앙에 의지한 통치가 아니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례로, 손바닥 王자, 취임 후 청와대 입궐 시 재앙, 이천공(의대 증원 2천명 )설 등등 역술인 프레임에 갇혀서 묵시적인 통치 스타일을 입증한 셈이다. 또 하나 여야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함께 작동해야 정책추진력이 생기는데, 야당 대표를 숙적(宿敵)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수사와 기소 정치로 일관해왔으니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촛불시민, 시국선언이 나온 것이 아닌가.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반사이익을 얻는 전략일지 모르지만, 단기간에 마무리하고 여야가 함께 협치하여 큰 그림을 풀어내는 역량을 보여줬어야 했다.
정치란 법대로 한다면 정치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정치보다는 법대로 통치하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은 취임 후 검찰 소속 출신 136명을 대거 등용시켰다. 정치력 발휘보다는 법 기술을 통해 국가를 경영하려는 속셈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정치란 자기 지지 세력만 가지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세력과 함께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의 통치술이다.
지금 윤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이 경과했다. 그동안 펼쳤던 국책은 국민에게 감동이 없고,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양평고속도로 변경, 명품사건, 주가조작) 사건이 하루 멀다 하고 각종 매체에 등장하여 국민에게 분통을 터지게 하였다. 또 약속이나 한 듯 최근 '명태균 게이트'로 불거져 국정농단 의혹이 연일 각종 매체 영상을 채우니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기득권 정치, 구태정치를 청산할까요.
근래에 참다못한 천주교 사제 1.466명과 68개 대학 대학교수, 예비역 장성들까지 시국선언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공정한 법 집행뿐만 아니라, 부자 감세, 의료 대란, 러-우크 전쟁에 성급한 개입, 이제까지 누적된 여러 사건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무책임을 성토하였다.
정부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면 사태를 빨리 수습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정치사에도 물리학 법칙이 적용된다. 삐뚤어진 정치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똑같이 되돌려 받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AOU대학교 전)교수 이동환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