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특활비 항목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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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기관 특활비 항목을 없애라

82년도 소대장 재직시절 서사 한 토막을 소개하면, 병사들이 휴가를 가면 병장은 5천 원, 상병은 4천 원, 이병, 일병은 3천 원을 줬다. 초임 소위의 봉급으로 얼마나 되지 않지만, 휴가 출발하는 병사들에게 줬을 때 밝은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마인드가 생겼을까! 생도 시절 선배들로부터 "자기 봉급의 1/3를 써라"는 선배들의 '지휘성공사례'를 통해 긍정적으로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내 봉급으로 줬지만, 매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가경제발전 후의로 지금은 소대 운영비까지 책정되어 초급지휘자들의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말단 조직에는 실효적 지원, 돌봄 관리해야 할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가 산재해 있어 국가의 보살핌이 요구되고 있다.
금년도 국정감사에서 이목이 쏠린 부분이 검찰과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 특경비 삭감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결국 국회와 권력기관의 공방에서 권력기관인 검경과 감사원의 참패로 끝났다. 이를 지켜본 국민은 박수치며 극찬을 보내고 있다.
특활비란(특수활동비)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집, 수사, 안보 관련 활동 등에 사용되며, 지출 내역의 공개가 제한되어 있고, 특경비(특정업무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등 특정 업무 수행 시 발생하는 실비를 지원하기 위한 경비로, 개인에게 정액으로 지급되는 경비 이외의 경비는 사용 내역에 대한 증빙 첨부 또는 지출 내역을 기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 사용처 내역을 살펴보면, 공기청정기 대여비, 기념사진 촬영, 케이크 구매, 국정감사 격려금 등 오남용 실상이 드러났다. 경찰 특경비의 경우 특활비로 52억 원, 경비국 관련 예산으로 2.390억 원을 편성했으나, 서울 도심서 열린 '정권 퇴진 집회(11.9)' 때 경찰 대응을 문제 삼으며 경찰의 특활비, 특경비, 예산 전액을 꼼꼼히 따져 예산의 삭감을 예고했다. 감사원의 경우 택시 교통비로 5억 원을 넘게 사용했다. 노래방, 술집, 마사지 등에서도 택시를 불러 탔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감사원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부인했다.
국회의 특활비는 과거 "대명천지에 깜깜한 돈, 쌈짓돈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국회의장단 몫의 일부를 제외한 특활비를 이미 폐지했다. 과거 모 국회의원은 자녀의 유학자금으로, 아내의 생활비로 사용되어 논란이 된 적도 있는 만큼 각 기관장의 특활비 검증은 미궁일 수밖에 없다.
특활비 예산은 총액 단위로 편성하고 배분과 집행은 기관부처의 재량이다. 그래서 특활비 사용처가 사실상 베일에 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기관장 쌈짓돈이나 술자리 회식비 등으로 써도 확인이 매우 어렵다. 오죽하면 현직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가 인정하는 검사, 원하는 수사를 하는 검사에게 주는 당근"이라며 폭로까지 했었다.
그동안 국가 권력기관만 편성되어 있는 특활비는 23년 기준 국정원(안보비)이 8천억 원으로 가장 많고, 대통령실(비서실, 경호처),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국세청, 통일부, 관세청, 총리실, 외교부 등 15개 기관이 모두 포함, 1조가 넘는 예산을 책정하여 사용해 왔다.
올해도 여러 기관부처에서 특활비 축소를 위해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특활비는 증가하였다. 아무래도 용처를 알기 어렵고, 증빙 의무에 융통성이 있기 때문에 특활비 쪽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정된 특활비를 사용한 사람은 대부분 권력기관의 고위층과 기득권이다. 이들은 그 돈이 국민의 혈세라는 것을 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특활비는 국민 지갑 속의 돈을 갈취하여 자기 맘대로 쓰는 용돈에 불과하다. 국민에 낸 혈세를 증빙 없이 함부로 쓴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행태이며 왜곡된 정치 행위이다. 아직도 이런 전근대적인 특활비 제도가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 감사원 특활비 전액 삭감한 만큼 국민 피부에 체감이 있어야 한다. 즉 삭감액을 전용하는 것보다는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방안도 검토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고물가와 극심한 불황으로 민생이 도탄에 빠져 어려운 상황이다. 이직도 공직자의 개인 봉급 일부가 행정에 사용되거나, 사각지대에서 애타게 지원의 손길을 찾아 적절한 심의를 거쳐 국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특활비는 꼭 필요한 부서인 국정원, 국방부를 제외하고 모두 폐지해야 한다. '건전 재정'을 외치며 국민의 허리띠를 졸라매 놓고 권력자만의 누리는 특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국회는 철저한 재정심사로 쌈짓돈처럼 새어 나가는 국민 혈세를 막고, 권력기관의 불투명한 예산을 모두 폐지하는 노력을 당부한다.



▲ AOU대학교 전)교수 이동환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