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줄어가는 삶의 길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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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날이 줄어가는 삶의 길이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그런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해도 된다면서 투덜거리기까지 한다. 지나간 시간은 이미 영겁 속으로 사라져 버렸는데도.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기 위해 나이테가 생기는 걸까. 인간에게도, 나무 등 기타 모든 생명체에게도. 심지어는 무생물에게까지 각종 부식 등으로. 때문에 날마다 주어지는 시간 알갱이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자. 사실 인생 자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널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날마다 시간 보내는 것이 지겹다고도 한다. 적절한 소일거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100세를 넘기기 어렵다. 대체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80세 전후 정도고. 아무리 장수 시대라 해도. 그래서 매 순간이 귀중하다. 65세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병마까지 달려드는 경우가 흔해진다. 힘과 정열도 점점 사라져가고.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 1902–1994)은 자신의 8단계 이론 중에서 8단계째를 자아 통합 대 절망(Integrity vs. Despair)이라 했다. 이 시기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다. 전형적인 쇠퇴기다. 부정적이며 정적인 시기이고. 하지만 이 시기 역시 내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시기라고 에릭슨은 말했다. 그래서 이 시기의 갈등은 자신의 생애를 돌이켜보고 그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다양한 후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잘 수용하고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이 이전의 세대 및 자신의 과거로부터의 일관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혐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할 경우에는 절망감이라는 부정적 특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물론 무생물들까지도 풍화되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사라져 간다. 이게 자연의 이치다.
문학평론가이자 국어국문학자였던 고 이어령 박사는 생전에 '우편번호 없는 편지'를 수도 없이 썼다고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사랑스럽고 귀여운 어린 딸에게. 생전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굿나잇 키스 한번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 했다. 눈에 넣어도 시원치 않을 어린 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리 못했음을 인지한 것이다. 이 얼마나 통곡할 일인가. 하지만 이미 때는 지나가 버린 걸 어찌할 것인가. 생존해 있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언제 사망할지 모른다. 치매 등 몹쓸 병을 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그래서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이기에 더더욱. 하지만 사망한 뒤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 때문에 생존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낳아주고 온갖 사랑으로 길러서 현재를 있게 해준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 예의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신을 잘 가꿔가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이는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두 번째로는 가족을 위한 일이고. 세 번째로는 주변을 비롯한 국가사회를 위한 일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하도록 하자. 나날이 줄어가는 삶의 길이를 아름답게 가꿔가기 위해서.



시인,사회복지학 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