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한번 와주라”… 5·18 실종아동의 졸업식 ‘눈물 바다’
검색 입력폼
일과 사람들

“꿈에 한번 와주라”… 5·18 실종아동의 졸업식 ‘눈물 바다’

5·18 당시 집나선 8살 이창현군 가족품 못 돌아와 이군 모교 양동초등학교서 43년 만에 명예졸업장 어머니와 누나, 양동초 5~6학년 학생 30여명 참석



"봉분도 없이 5·18민주묘역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내동생, 누나는 그날 대문을 나서던 네 뒷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알지 못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당시 8세)군이 모교인 양동초등학교에서 43년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초등학교에서는 5·18 행방불명자(행불자) 이군의 명예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에는 이군의 어머니 김말임(78)씨와 그의 누나 이선영(55)씨가 참석했다. 이군의 모교 후배인 양동초 5~6학년 학생 30여명도 졸업식에 함께했다.
모녀는 십수년간 이군을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한 세월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군의 어머니는 43년만에 그리운 아들의 명예 졸업장과 꽃다발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졸업장을 받은 김씨는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에게 거듭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군의 누나는 동생에게 직접 전하지 못한 많은 말들을 눌러 담은 편지를 펼쳤다. 그는 목이 메인 채 문장들을 읽어내려갔다.
이씨는 "대문을 나가던 내 동생에게 '창현아 나가지마'라고 하며 붙잡고 싶다"면서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지만 이팝나무의 꽃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오늘은 누나와 엄마의 꿈에 한번 와주라"고 말했다.
이군의 명예졸업식은 모교 후배들의 교가 제창으로 마무리했다.
어머니 김말임(78)씨는 "광주를 찾기 전 창현이의 사진을 보고 '너한테 간다'고 말하고 왔다"며 "아들은 비록 못 찾았지만 긴 세월의 한을 졸업장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군은 1980년 양동국민학교에 입학해 휴교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재학 중이었다. 이군은 초등학교 입학 두달 뒤인 1980년 5월19일,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집을 나섰다 행적이 끊겼다.
이군의 아버지 이귀복씨는 10년간 계엄군이 오간 금남로, 부상자들이 모인 병원,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아들의 행적을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이군은 긴 세월이 지나 1994년 행방불명자로 등록됐다. 이군의 사연은 2018년 5·18 38주년 기념식에서도 다뤄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시 이군의 아버지 이귀복씨는 직접 무대에 올라 이군의 사연을 전하기도 했지만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난 2022년 세상을 떠났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인근 연행자들이 실려가는 버스에서 당시 수습대책위원이었던 이종기 변호사가 이군을 데리고 있는 사진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군의 명예졸업장 수여식은 그동안 제적증명서를 찾지 못해 추진되지 못하다가 5·18민주화운동 보상 신청 당시 가족이 제출한 관련 서류가 발견되면서 열리게 됐다.
이승원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