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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야당은 혁신을 보여주려고 발버둥 쳤지만, 구태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여당의 조용한 공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호떡 공천으로 국민의 염원을 비켜 갔다.
어느 당사자는 자고 일어나면 누가 컷오프되고, 단수공천이니, 전략공천이니 하는데, 이러한 용어 중에 컷오프(cut off)가 가장 공포스럽다고 한다. 공천배제의 뜻을 가진 컷오프는 경선을 치를 기회도 없이 공천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정치의 길을 가려는데 입구에서부터 막아버리는 잔인한 단어이다. 그래서 공천의 길은 죽음의 길과도 같아 자살행위가 일어나지 않나 의심이 든다.
컷오프는 외래어로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사용해 왔다. 골프(3.4라운드 실패), 물류 (화물반입 마감 시간), 방송기법(진행방송을 갑자기 중단), 전자(전기 차단), 토목(말뚝의 머리를 일정한 높이 절단), 패션(바지 끝 절단), 항공우주공학(우주발사체 발사과정에서 한 단계 연소가 종료) 등 여러 분야에서 선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 용어가 언론 매체에 집중적으로 넘쳐나면서, 응시 당사자들의 심리는 더욱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든 험난한 시련과 모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재심, 탈당, 무소속, 타당 입당, 정계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결정이 '다른 당 입당'이라고 한다.
자칫 철새정치인으로 낙인찍히면 사쿠라 딱지가 붙기 때문이다.
이솝 우화에 등장한 '박쥐(bat)' 관련 스토리이다. 새들과 네발 가진 짐승들 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이들 싸움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도무지 승부가 나질 않았다.
그때 여러 동물 가운데 '박쥐'만은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새들의 힘이 강할 때는 새들 편에 섰고, 네발짐승의 힘이 강할 때는 이들 편에 섰다. 결국 싸움은 승부 없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평화가 찾아오자, '박쥐'는 양쪽 동물들로부터 추방되었다.
그 이유는 '박쥐'는 새가 강할 때는 새라고 했고, 쥐가 강할 때는 쥐라고 했기 때문이다. 박쥐는 이해득실과 저울질하다가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녀 결국 추방당했다. 특히 요즘 공천 시기에 자기 정체성을 무시하고 이 당 저 당으로 갈아타거나 기웃거리는 카멜레온 같은 행위는 유권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당적 변경은 가정으로 말하면 족보를 바꾸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타당 입당이 아니더라도 무소속, 창당, 얼마든지 방안은 있다. 실례로 이해찬, 홍준표, 정청래 등은 무소속으로 당당히 출마하여 정치활동을 재개했던 분이다.
《사기(史記)》〈평원군우경열전〉에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는 모수자천(毛遂自薦) 고사가 나온다. 전국시대에 진나라가 조나라를 포위하자, 조왕은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어 '합종(合從)'을 맺어 격퇴하려고 했다.
평원군은 초나라로 출발하기 전 똑똑한 사람 20명을 선발하여 '초왕회담'에 참여하려고 했다. 그런데 19명을 선발하고 1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때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나타나 "저 자신을 추천합니다(自薦)"라고 당돌하게 청했다. 평원왕은 용맹과 기개에 감동하여 모수를 포함 20명을 데리고 '초왕회담'에 참석했다. 평원군은 그 회담에서 수행원 19명이 모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마침내 "모수에게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라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모수는 칼을 빼어든 채 초왕의 면전에서 "당신은 수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지금 당신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다" 생각해 보시오, 초나라는 땅도 비옥하고 군사도 많습니다. 그런데 왜 진나라로부터 종묘를 위협받고 있습니까. '합종'은 초나라를 위한 것이지 조나라만 위한 것은 아닙니다." 하고 설득하여 마침내 '합종'을 성공시켰다. 일을 마무리하고 조나라로 돌아온 평원군은 이후 모수를 상객(上客)으로 예우하였다.
정당공천에서 컷오프됐다고 포기하지 말고, 모수처럼 자천의 길도 있다. 권력자 눈치 보다 국민의 눈치를 보며 일했던 의정활동을 드러내고, 국민을 위한 현실적인 희망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상과 여야 정치 난맥상을 정확히 인식하여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야 공천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강조해도 인정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적 후보자가 얼마나 공천됐고, 부패 정치인이 물갈이되었는지에 있다.
▲AU사이버대학 전)교수
이동환교수
이동환교수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