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혀끝에 녹아드는 커피 향기. 코끝으로 음미하는 것보다 더 짙다. 가을날을 마무리 지어 가면서 한 권의 책을 펼쳐 보는 듯하다. 이때 문득 제시 윌콕스 스미스(Jessie WillcoxSmith, 1863~1935 미국)의 <창가에서 책 읽는 여성(Woman Reading by Window)>이 떠오른다. 어느 미지의 여성이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오른손으로는 턱을 괴고 왼손은 책 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40대 중반은 넘기지 않을 듯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중일까. 몽환적이다. 그리고 신비스럽다. 바라보는 시선도 어디인지를 잘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의 내면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지나온 삶을 반추하면서 말이다.
요즘처럼 힘든 삶은 일찍이 없었다면서 아우성치는 서민들. 벌써 겨우살이 걱정들이 한창이다. 과거에는 천 원짜리 한 장이면 10개의 풀빵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십수 배가 된다. 때문에 과거의 서민 음식들이 요즘에는 아닌 것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하에서도 문자 공세들이 수시로 들어온다. 그중 상당수는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의 것이다. 날마다 언론을 도배질하는 험상궂은 소식들. 서민들의 희망까지 짓밟아 버린다. 이러함에도 중심을 잡아줘야 할 정치권은 서로 할퀴고 주먹질하느라 영일이 없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는 말뿐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치인들의 수준을 금방 알 것 같다.
그들의 사탕발림 소리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못 믿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조건 질러보기부터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럴 때마다 정치인들이 진짜 나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또한 들기도 한다. 내년도 국회의원 선거일은 4월 10일이다. 지금부터 시작된 정치 소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중될 것이다. 앞으로 4개월 좀 더 남은 날들을 서민들은 정치공해까지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들어야 할 판이다. 어차피 피해갈 수는 없다. 꼭 치러야 하는 정치행사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한 표의 권리를 잘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절대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오로지 우리들을 위한 대변자를 뽑아보자는 말이다.
선거 후에는 한 번도 주민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는 자, 고향에 내려오더라도 일반 서민들이 살아가는 동네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힘깨나 쓴다는 유지들과 식사나 한 후 사라져버리는 자, 중앙 정치 무대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자, 불미스러운 행위를 한 자 등은 반드시 골라내야 할 것이다. 이런 자들을 뽑아주면 관록이 생길수록 제 잘난 맛에 살면서 더더욱 기고만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눈은 부릅뜨고, 양쪽 귀는 쫑긋 세우면서 온갖 지혜를 모아 다가오는 4월 10일 선거를 잘 치러야 할 것이다. 상기에서 언급한 제시 윌콕스 스미스의 <창가에서 책 읽는 여성>도 혹시 이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내년에 국회의원을 잘 뽑으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아름다운 현실이 되지 않을까. 금방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꿈, 환상)가 다시 흐르고 있다.
▲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