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서울은 0.55명, 인천 0.70명, 부산 0.68명. 대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 울음소리는 점점 희귀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영광에서는 여전히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이 남고, 마을이 살아 숨 쉰다. 6년 연속 전국 합계 출산율 1위.
잊힌 문장 같던 ‘지방에서 태어난다’라는 말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영광군이 선택한 방식은 단순하지만 본질적이다. ‘낳으라’고 말하기 전에, ‘낳아도 괜찮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결혼, 출산, 육아, 일자리 등 삶의 주요 결정 앞에서 불안 대신 신뢰를 제공하는 행정. 말이 아닌 구조로, 선언이 아닌 실행으로 증명한 선택이다.
결혼 장려금 500만원,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 임신부 교통카드, 산후조리비 50만원, 첫째 500만원부터 여섯째 이상 최대 3,500만원까지의 양육비 지원, 난임 시술비, 출산축하용품,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이 모든 정책은 숫자로 보면 행정 예산의 일부일지 몰라도, 한 가정의 결정 앞에서는 결정적인 신호가 된다. 행정의 따뜻한 개입은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믿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다. 영광군은 전국 최초로 100억 원 규모의 청년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청년 채용 기업과 근로 청년에게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주거 해소를 위한 ‘늘품 빌리지’, 청년 교류와 돌봄 공간인 ‘청년 육아 나눔터’는 정착의 기반이 되고, ‘미래 교육재단’ 출범 준비는 더 나은 교육 여건을 향한 계획이다. ‘떠나는 이유’를 하나씩 없애는 일, 그것이 영광군의 전략이다.
이 모든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고 정확한 실천의 결과다.
삶의 갈림길에서 누군가 “우린 네 옆에 있다”라고 말해주는 정책. 그것이 결혼을 가능하게 했고, 출산을 망설이지 않게 만들었으며, 아이를 함께 키우게 했다.
하지만 지방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 안에 있다. 인구도, 예산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그 부족을 감당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더 멀리 가기 위해선 이제 다른 손길이 필요하다.
출산, 육아, 교육은 더 한 지역의 과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무게다.
영광군이 보여준 변화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 가능성이 전국으로 퍼지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구정책을 위해,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개입과 투자가 지금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나라는 아직 아이들이 태어나는 마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영광 지경현 보건소장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