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공장화재, 76시간 만에 완진 선언 건물 붕괴 위험 뚫고 주불 진화… 잔불 정리만 남아 박도일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
2025년 05월 21일(수)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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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도 250여명 가까이 발생하고 물·인적 피해도 나흘 동안 1800여 건이 접수됐다. 화재 원인을 밝히는 현장 감식은 건물 해체와 잔불 정리 이후 진행될 전망이다.
◆건물 붕괴 위험 뚫고 주불 진화…잔불 정리 남아
20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 금호타이어 2공장 원자재 제련동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20대 직원 1명이 대피 도중 직원 1명이 추락, 머리·허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진화 과정에서는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불길이 생고무 20t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 공장 건물 여러 개를 집어삼키고 하루종일 타면서 2차 피해도 발생했다. 생고무 연소에 따른 분진이 인접 지역으로 날렸고 광주 전역에 매캐한 연기 냄새가 퍼지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이튿날인 18일 오후 진화율 95%를 달성했다고 발표, 국가동원령을 해제하고 소방 대응 단계를 1단계로 낮췄으나 다음날인 19일 새벽 공장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일었다.
공장 2층에 적치된 타이어 원료(고무·철·천) 혼합물 덩어리 200~300여 개가 ‘공룡알’처럼 뭉쳐 불타고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원들을 투입해 ‘공룡알’에 접근, 불을 직접 끄려 했지만 공장 붕괴 위험이 제기돼 무산됐다.
당국은 공장 건물을 해체해 ‘공룡알’에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건물 해체 직전 대원을 투입해 일부를 끄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불을 모두 끈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76시간 여 만인 이날 오전 11시55분 완진을 선언, 현재 잔불 정리를 위한 공장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인·물적 피해 1800여건, 노동자 2500명 생계는
공장 주변 주민들의 피해 복구, 현장 노동자들의 공장 정상화 우려도 이어진다.
광주 광산구는 이번 화재로 이재민 137가구(249명)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화재 관련 피해 신고도 이날 오후 2시 기준 주민 959명에 1831건(인적 929건· 물적 670건· 기타 232건)으로 집계됐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주민은 어룡동 3만3300여명, 송정1·2동 1만5000여명, 도산·신흥동 1만8000여명 등 총 6만7000여명으로 화재 피해 직·간접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산구는 오는 28일까지 송정보건지소 1층에서 화재 피해 접수를 계속 받기로 해 피해 주민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 노동자들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현재 생산직 노동자들은 유급형태로 집에서 대기 상태다. 노사협상 등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용자는 휴업 기간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에 따른 휴업 상태가 지속될 경우 수당규모 및 지급시기 등을 놓고 노사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023년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도 6개월 정도 생산이 중단되면서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등 인력구조 조정을 한 것으로 전해져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주주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사고 대책이나 복구 의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이번 화재로 인한 광주공장 축소에 따른 인원 감축이 현실화된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소방 감식 조만간…법리 검토·형사 처벌은
경찰·소방은 해체된 공장 내부에 남은 잔불이 모두 꺼진 뒤 현장 감식에 나설 전망이다.
소방 당국과 지자체는 현재 잔불을 끄기 위한 공장 해체 작업에 나섰다. 현재 중장비 2대를 동원해 공장 외부에 쌓여있는 잔해물들을 치우고 있다. 잔해물을 모두 치운 뒤부터 본격적인 공장 해체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화재는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고무를 정련하는 설비인 마이크로오븐 설비 주변에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없지만 피해가 막대하고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광주청 형사기동대 안전·화재 수사팀이 직접 사건을 맡는다. 과학수사계와 형사기동대 인력이 충원돼 전담 수사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통상 화재 사건 관련 경찰 수사는 현장 감식을 거쳐 각종 증거와 단서부터 확보한다. 이후 화재 원인과 경위를 밝혀내고 과실 여부, 책임 소재를 가려낸다. 누군가의 과실이 확인된다면 법리 검토를 거쳐 형사 처벌할 지 검토한다.
경찰은 전날 화재 현장에 감식 요원을 보내 소방 당국의 화재조사관과 공장 외관을 둘러보는 식으로 사전 조사를 벌였다.
박도일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