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마다 가슴아파” 5·18 추모참배 5·18 45주기 앞두고 전국 각지서 추모 행렬 박도일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
2025년 05월 16일(금)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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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을 3일 앞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는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오월 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 행렬이 쉼 없이 이어졌다.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민주의문 앞에 선 참배객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느린 걸음으로 추모탑을 향해 나아갔다.
추모탑 앞에서 헌화와 분향, 묵념을 마친 단체 참배객들은 열사들의 묘소를 둘러봤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고(故) 문재학 열사 묘소 앞에 선 중년의 여성은 “죄 없는 어린 학생을, 어째서 그랬나”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의 한 교회에서 교인들과 함께 참배를 온 목사 오모(62)씨는 “매년 찾아오지만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저린다”며 “세월이 흘렀으나 엊그제 일 같다. 광주 덕분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의 한 장애인 단체에서 온 참배객들은 광주지역 최초 5·18 희생자인 고(故) 김경철씨의 이야기를 듣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장애인인 김씨가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해 잔혹하게 숨졌다는 해설사의 설명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청소년들의 참배 행렬도 이어졌다.
전북 전주 온고을중학교 2학년 강모(14)양은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배웠지만 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들의 사연을 들으니 더 와닿는다”며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신용중학교 3학년 문모(15)양은 “학교 역사 동아리가 민주묘지 참배를 간다고 하길래 회원은 아니지만 따라왔다”며 “12·3비상계엄 사태로 잊고 있던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꼭 오월 영령을 찾아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 광주지사 주최로 열린 5·18 역사 기행 전문연수에 참여, 전국 각지서 찾아온 기자들도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에 무게감을 느끼며 민주주의 가치 계승을 다짐했다.
전북일보 전현아 기자는 “5월이면 뉴스를 통해 접하던 5·18이지만 그날의 함성과 아픔이 깃든 이곳을 직접 걷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며 “보고 느낀 것을 전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초심을 되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박도일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