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빼” 험지 광주서 고개 못 드는 국민의힘 유세원들 마스크·손팻말로 얼굴 가린 채 유세… 곳곳서 반발도 오권철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
2025년 05월 14일(수)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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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진보 진영의 전통적인 지지세가 강한 ‘험지’ 광주에서 힘겨운 대선 레이스에 올랐다.
가뜩이나 불모지인 지역에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 ‘내란 정당’이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13일 국민의힘 광주시당에 따르면 국힘은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전날부터 광주 곳곳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일대에서 거리 유세전에 나선 국힘 선거운동원들도 빨간색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쓴 채 행인과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선거운동원들 대부분이 유세 손팻말을 높게 든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모습이었다.
얼굴을 애써 가리려는 이유를 묻자, 한 선거운동원은 “아무래도 지역에서 (우리) 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염려되긴…” 하며 고개를 떨군 채 말끝을 흐렸다. 실제 국민의힘 유세를 지켜보던 일부 고령층은 “차 빼”라며 고성을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선거운동원은 “다른 지역에서는 유세 차량에 대한 위협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 걱정 되긴 한다”고 토로했다.
전날부터 이어진 유세 현장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다가와 “차를 빼라”, “무슨 염치로 여길 오냐”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정당의 호남 약진’으로 평가 받는 지난 대선과는 확실히 달라진 유세장 분위기다.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이제 광주도 달라져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12.72%(12만4511표)를 기록했다.
지역 내 부촌으로 꼽히는 남구 봉선동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39.11%로 40%대에 육박했다.
반면 이번 대선에는 12·3계엄 정국과 윤 대통령 탄핵 등의 여파로 국민의힘 광주시당 당원들마저 이탈하고 있다.
계엄 전 1만여 명이던 국민의힘 광주 지역 권리당원은 현재까지 수백명이 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광주시당 관계자는 “민주당 당세가 센 지역이다보니 선거운동 과정에서 크고작은 마찰이 이어져 어려운 부분은 있다”면서 “광주에 독점 정당에 대한 균형·견제를 위해 국민의힘이 필요하다. 바닥에서부터 시민을 설득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모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오권철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