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 아니다”
표현은 국민 외면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 |
2025년 04월 09일(수)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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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헌법은 어떠한가! 1987년 6월항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립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로 1988년 독립된 최고의 헌법기관으로서 정착했다. 헌법 조항 해석과 국민 기본권 침해를 심판하고,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헌법에 위배 여부, 그리고 국가기관 간의 권한 다툼을 조정하는 기능을 해왔다.
헌법을 수호하면서 헌법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시대 흐름에 역기능도 곳곳에 새어 나왔다. 그것이 2003년도 수도 이전 문제였다.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채택하고 있지만, 불문 헌법적 성격으로 판결하였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의 효력을 가진다”라고 판결했다.
또 헌재의 대상에 따라 고무줄 같은 해석이다. 그동안 헌재 판결을 보면 재판관의 관점과 대상에 따라서, 달라진 판결과 법리 해석이다. “헌법을 위반한 건 맞는데,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이 아니다.”라는 궤변(詭辯) 같은 판결이다.
최근 헌재 판결을 보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은 재판관 4(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했다. 또 국회는 안동완 검사가 형법 123조를 위반해 직권을 남용했으며, 검사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 남용 금지를 규정한 검찰청법, 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어겼다며 탄핵안을 통과시켜 헌재에 소추하였다. 그 결과 헌재는 ‘안 검사가 법률을 어긴 것이 전혀 없다’라고 판결했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만, 공직에서 파면할 만큼 중대한 잘못은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윤석열 정권 기간 중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무려 30건으로 헌재는 거의 기각, 각하시켰다.
일반 국민은 헌재의 이러한 판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약자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큰 책임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위법해도 왜 이렇게 너그러운지 재판관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버스회사의 운전기사해임은 공무원 파면과 비슷한데, 버스 운전기사가 커피 빼먹으려고 800원 횡령했다고 해고당했는데, 고위공무원에게 웬만한 것은 거의 탄핵 기각이다.
헌재 재판관의 입장에서 사소한 범죄의 사건을 나름대로 가상의 판결을 해본다.
.범죄행위는 사기가 맞으나 중형을 선고할 만한 범죄는 아니다.
.구타행위는 범죄이나,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은 아니다.
.마약은 했으나 자의가 아니므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은 아니다.
.만취했으나 사고가 없으므로 음주운전으로 볼 중대한 사항은 아니다.
.중앙선을 넘었으나 충돌사고가 없으므로 중대한 사건으로 볼 사항이 아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건을 헌재에서 위와 같이 매사에 이런 식으로 기각, 각하 처리한다면 헌재의 존재 가치는 필요 없다.
게다가 헌재의 정치적 판결 성향이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지연시키는 행위, 이재명 민주당 대표 2심 판결날짜 이후로 헌재 발표 미루는 등 이러한 행위는 의도적인 정치 행위일 수 있다. 유튜브, SNS, 각종 매체가 범람한 상태에서 더 이상 국민을 속일 수 없다.
며칠 전 대구시장을 사퇴한 홍준표 시장은 헌재를 폐지하고 대법원 산하 헌법재판부 신설을 주장했다. 이것은 분명 헌재의 행태에 신뢰가 무너져 무용론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비난의 대상이었던 헌재가 다행스럽게도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 8:0으로 인용 선고하여 국민에게 안도의 마음을 갖게 하였지만, 지연 선고는 헌재의 만용이었다.
헌법재판관이 입는 법복은 판사나 검사의 법복과 다르다. 헌법 최고의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자주색을 택했고, Y자로 된 법복 우단은 최후의 보루인 열쇠를 상징한다. 법복을 입는 절차, 길이와 주름의 폭까지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최고의 헌법을 수호하고, 법과 양심에 판결하는 재판관의 정치 눈치, 기득권 고집, 학연과 정(情) 인연에 흔들리거나 망나니 칼춤을 춰서는 안 된다. 언제나 헌재는 나라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