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제값 받기도 힘든데… 미국산 개방 압력에 구제역까지 농식품부, 구제역 발생 원인 구체적 조사 중 “아시아 지역권 바이러스 유입으로 1차 추정” 추가 확산 가능성 높아… 수출 제한 확대 가능 한우협회 “적자 지속 상황서 농가 불안 가중” 신영길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
2025년 03월 19일(수)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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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추가 확산 가능성이 나오면서 수출 중단, 소비 감소 우려가 제기되자 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급량 증가로 인한 한우 가격 하락에 국제곡물가 상승,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사료값마저 천정부지로 올라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발 소고기 수입 개방압력까지 겹치며 한우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17일 관련당국에 따르면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남 무안군 구제역 발생 농장의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구제역 발생과 관련 원인을 아시아 지역권에서의 바이러스 유입으로 1차 추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암(1차) 발생을 봤더니 과거에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아시아 지역, 몽골에서 발생했던 유전형과 거의 일치해 상동성이 높다"며 "일단 1차적으로 아시아 지역권 유입으로 추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 기전에 의해서 왔는지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전남 영암군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뒤 14일에는 같은 지역에서 3건이 추가 확인됐고 15일 무안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오자 중수본은 즉각 방역대책 점검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이미 전남도 내에 구제역이 퍼져있을 가능성이다.
현재 영암·무안·나주·화순·장흥·강진·해남·목포·함평·신안 등 10개 시군의 위기관리 단계가 '심각' 단계로 상향된 상태다.
특히 1차 발생농장과 약 18㎞ 떨어진 농장에서 구제역이 추가 발생하며 이미 도내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발생 가능성이 분명히 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일부 (면역력 형성이 부족한) 농가가 있을 수 있어 한두 건 더 터질수는 있지만 일제 접종하게 되면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이 일주일이기 때문에 2주만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발생이 이어질 경우 전국 확산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피해가 발생했던 2010년에는 해를 넘겨 피해가 이어지면서 350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축이 살처분된 바 있다. 지난 16일 기준 당국이 발표한 전체 한우 마릿수는 334만 마리다.
구제역이 전국 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한우 수출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역화 원칙'에 따라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사육·도축된 한우는 수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홍콩·마카오·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는 전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생산된 한우 수출을 허용하며 캄보디아는 해당 농장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의 수출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수출 제한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 압력도 농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미국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소고기 검역 제도를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사태'가 발생한 후 한국은 2008년부터 광우병(BSE) 발생 우려가 적다고 평가되는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한우 농가는 강력 대응까지 시사하며 반발 목소리를 냈다.
내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는 내년 0%가 될 예정인 가운데 개월령까지 철폐될 경우 한우농가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한우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현재 가뜩이나 얼어붙은 민생경제로 내수시장이 무너져 있으며 한우농가의 경우 4년째 적자에 허덕이며 한계점에 내몰려 있다"며 "만약 국회와 정부가 강행한다면 협회는 국민들과 함께 미국산 소고기 30개월령을 막기 위한 어떠한 대응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우 1마리의 생산비는 1021만1000원, 판매액은 평균 878만5000원으로 142만6000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작년에는 적자 폭이 1마리당 213만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한우협회 추산 2022년말 8만7000호였던 농가는 2년 새 1만호가 줄었고 전체 농가의 12%가 폐업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구제역 같은 경우에는 지금 백신을 맞고 있는 상황이고 긴급 백신도 투여하고 있어서 더 이상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이제 지금까지 적자가 계속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요구 등의 상황을 접하면 농가들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그래도 미국산 수입 쇠고기 관세가 내년 제로가 되면 더 저렴하게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데 개월령 철폐까지 되면 미국산 소고기가 더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신영길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