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책임자들 2심 감형… 2명만 실형

2심도 “안전보다 비용·속도 중시” 총체적 부실 인정 ‘임의로 해체’ 굴착기 기사·하청사 현장소장만 ‘실형’ 감리도 집유로 감형… 현산 임직원 3명은 실형 면해 재난피해자연대 “현산, 추모 사업·유족 치유 도와야”

오권철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2025년 02월 24일(월) 09:55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17명을 사상케 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일으킨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하청·불법 재하청사 관계자들 중 일부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다만 직접 사고 원인과 연관된 하청사 현장소장과 불법 재하청사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는 2심에서도 실형 선고로 보석이 취소, 법정구속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박정훈·김주성·황민웅)는 21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1심서 각 유죄를 받은 학동 제4재개발구역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하청·재하청사(한솔·다원이앤씨·백솔) 임직원과 감리 등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참사의 직접 사고를 유발, 1심서 징역 3년6개월을 받은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조모(51)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6개월로 감형했다.
현장 감독 관리를 맡은 하청사 한솔 현장소장 강모(32)씨에 대해선 1심 징역 2년6개월을 파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와 강씨에 대한 보석은 취소하고 도주 우려를 들어 법정구속했다.
해체 감리 차모(63·여)씨에 대해서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6개월 형은 유지하되 집행을 3년간 유예, 감형했다.
재판부는 앞선 1심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에 벌금 500만원을 받은 현산 학동 4구역 현장소장 서모(61)씨, 각기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현산 학동 4구역 공무부장 노모(63)씨·안전부장 김모(62)씨에 대한 피고·검사의 항소는 모두 기각, 원심을 유지했다.
1심서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하청사(이면계약)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5)씨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판단했다. 각 법인 역시 현산 벌금 2000만원을, 한솔·백솔 각 벌금 3000만원의 원심 양형을 유지했다.
이들은 공사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2021년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을 무너뜨려 정차 중인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층부터 건물을 해체키로 한 계획을 지키지 않은 점 ▲성토체 건물 전체와 하부에 대한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성 검토 의무를 이행 안 한 점 ▲공사 부지 상황에 따른 조치를 미흡하게 한 점(버스 승강장 이전 안 함) 등을 사고 원인으로 인정했다.
시공사 현산과 하청·재하청사들이 기존 해체 계획서와는 다르게 건물 1층 보 5개 중 2개와 2·3층을 철거했고, 12m가량 쌓은 거대한 흙더미 무게(3470~6042t)를 이기지 못하고 1층 보 3개가 주저앉으면서 아래로 흙더미가 밀려 들어 균형을 잃은 건물이 도로 쪽으로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는 달리 굴착기 기사 조씨와 하청사 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 등이 굴착기 팔에 다는 해체용 장비인 '롱붐'(긴붐)을 장착하지 않은 사실 만큼은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체계획서에는 '긴붐'을 사용하도록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조씨 등 3명에 대한 양형에 참작했다.
현산 측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해체 작업 시 사전 조사, 작업계획서 작성·준수, 붕괴 위험 시 안전 진단 의무만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고는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시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건설업계의 중층적인 작업구조의 가장 아래에서의 작업자들은 공사 기간을 단축해서 인건비를 아껴야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 전반에 안전 가치를 소홀히 한 채 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를 감축하려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도 한솔은 현산으로부터 해체공사 비용을 50억여원을 받았고, 백솔은 내부 철거·구조물 해체 공사를 맡으면서 불과 11억6300만원에 계약했다. 이는 해체공사 처리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벅찬 금액"이라면서 "해체계획서 작성과 허가, 해체 감리 지정 등을 담은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는데도 안전한 길보다 빠른 길을 선택한 결과 또 다시 이러한 사고가 났다"고 덧붙였다.
또 "부실 작성된 계획서 상 해체 방법과 과정을 임의로 바꿔 사고를 유발한 이들에 대한 책임 정도, 각 피고인의 사고 직후 수습이나 수사 협조 태도, 피해 유족들과 합의해 처벌 불원 의사가 확인된 점, 감리 업무의 전반적인 태만에는 구조적 측면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판시했다.
학동참사 피해자들이 참여하는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성명을 내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현산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재확인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다 잇단 참사를 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산이 희생자 추모사업과 부상자·유족의 트라우마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권철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이 기사는 광전매일신문 홈페이지(gjnews.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jnews.kr/article.php?aid=3022739382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1일 01: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