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두 스승(조창현, 김언종)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 |
2024년 07월 31일(수)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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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은 1970년 첫 발령지인 승주북초등교에서 5~6학년 담임하셨던 영암 출신 조창현 선생이다. 이 분은 부임해서 제자들에게 "이화전와(以訛傳訛,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급훈에 무게를 두고 교육하셨다. 특히 거짓말한 학생을 발견하면 절대 용서 못했고, 학급 전체가 오랫동안 걸상 들고 서 있는 얼차려를 받았던 기억도 있다.
또 수업 종료 후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졸업 시까지 무료 태권도를 지도하셨다. 태권도 수련 시작 전 선서를 하는데 그 내용은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임전무퇴(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으로 신라 화랑 5계였다. 가을 운동회 때 되면 태권도 시범을 통해 꿈과 기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아마 나는 이때부터 장교가 되기 위한 꿈이 이미 결정되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담임선생은 중학교 비진학 학생을 위해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교양을 가르쳐 주셨다. 영어 알파벳 쓰기, 영어 노래(클레멘타인)와 명곡(페르시아의 시장, 매기의 추억, 얼굴 등등), 영수증 쓰기 등 훈육하셨으며, 사회생활 초년생으로 기본 소양을 심어주셨다. 지금도 초등 친구들이 모이면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생생한 추억과 동심, 낭만을 즐기며, 은사님의 감사함을 또한 잊지 않고 있다.
훗날 나는 육군 장교가 되어 한·미팀스프리트 훈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훈련 종료 후 한·미 만찬석에서 영어로 노래 부르는 상황이 주어졌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떠오르는 것이 초등시절 배웠던 "클레맨타인"을 영어로 불러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조창현 선생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서 나에게 항상 잊지 못할 은사님이다.
또 한 분은 안동 출신인 김언종 명예교수(고려대, 한문학)이다. 이분은 거의 20년간 고려대 라시움(Lyceum)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사서삼경, 중국 고대 은주(殷周)시대 고문자(古文字)의 변천 과정, 한자의 형태(形態)와 음(音)을 익히게 하여 한자의 매력을 다져주신 분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20년 고전문학의 무료 강의는 기적과 같다. 그때 김언종 교수께 경서 강의를 통해 유학 사상을 깊이 있게 체득한 계기가 되어 나에게 유학의 최고 은인이시다.
김 교수의 무료 강의 철학은 음수사원(飮水思源)이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한다며, 내가 우물물을 먹은 것은 누가 우물을 파줬기 때문이고, 그 빚이 남아 있다"라며 "우물을 파서 누군가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책무"이며, 어떤 사람도 유학학문에 뜻이 있는 분은 여기 오셔서 같이 연구하고 공부하시길 원하셨다. 그리고 신분, 직업,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평등하게 교육한다는 "공자님의 교육철학인 유교무류(有敎無類)"라는 말씀을 실천하신 것이다. 이런 연유로 관심 있는 퇴직 고위공직자, 법률가, 학자, 의사. 사업가, 노동자 등 200여 명이 강당의 문을 두드려 유교의 진가를 깨우쳤고, 나아가 전통 유학 사상의 맥을 계승하는 데 헌신하셨다.
두 분의 공덕(功德)을 간단히 언급했지만, 공통점은 철저한 청렴성과 음수사원 정신이다. 조창현 선생의 무료 교육 43년(태권도 13, 서예 30), 김언종 교수의 사서삼경 무료 강의 20년은 교육자로서의 투철한 사명감과 신념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도 이런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여 여생에 무료 강의를 하려고 한다.
지금도 훌륭한 스승 두 분이 건재(健在)하고 계시어 가끔 문안 인사 드리면 반가이 하시며, 세상살이 공부도 알려주시니 나에게 과분한 행복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神)'이라는 판타지 소설에서 "좋은 스승은 학생을 제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자를 스승으로 만드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 AOU대학교 전) 교수 이동환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