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자의 웅변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
2024년 04월 17일(수) 07:00
22대 총선이 지난주에 끝났다.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정확하지 못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범야권의 압도적인 승리라는 예측이 맞아 다행스럽지만, 200석을 넘지 못했다. 각 당의 당선 의석수는 민주당의 175석과 국힘당의 108석,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12석, 그 밖의 군소정당들의 5석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권력자를 뽑는 근거는 필기시험, 면접시험이 아니라, 헌법에 따라 유권자의 투표로 뽑는다. 대다수 후보자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조직과 일정한 자금, 그리고 공약과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물론 이것만 겸비했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후보자의 당선 운(運)도 있어야 한다. 즉 모두 다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요소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에게 용기와 비전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전달 웅변 매체이다. 유권자에게 감동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가톤급 웅변이요, 논리적 토론이다. 가령 3김의 전례를 들어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이 가장 중요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의 우호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1동맹 3우호' 관계가 한국 외교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면서 "도랑에 든 소가 양쪽 언덕의 풀을 뜯어 먹는다"라며 국민을 설득하여 감동을 주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유신독재에 반발했던 시절에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었다. 그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며 명언을 남겼다. 이후에 부마항쟁, 10.26 사건이 이어졌다.
김종필 전 총리는 자민련 창당 후에 "충청도 사람이 핫바지냐?" 이 말 한마디로 1995년 자민련에서 50석을 거두었다.
웅변과 설득은 유권자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 후보자보다 우위에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감언이설과 좋은 정책으로 웅변한다 해도 먹혀들기는커녕 오히려 유권자에게 먹힐 수가 있다.
이번 22대 총선은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 웅변은 드물다. 그저 후보자들이 승리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비리와 단점을 가지고 유권자에게 찾아가니 유권자가 반가울 리가 있겠는가. 예컨대 한동훈 위원장의 인천 계양구 유세 현장에서 "형수 쌍욕, 편법대출, 군 위안부 비하 발언 등 쓰레기 같은 말이 우리 사회에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며 상대방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는 계양유세에서 "잘 부탁합니다! 1번 이재명입니다! 설마 2번 안 찍겠지요!"라고 했다. 거물급 정치인의 이런 웅변은 진부하고 유치하다.
또, SBS에서 여야유세 발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동훈은 위원장은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부각하면서 '범죄자', 551차례 언급하였고, 이재명은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면서 '경제'라는 단어도 무려 413차례나 썼는데, 세금, 민생, 대파도 자주 언급하며 경제 실정론을 연설에서 열변했다고 한다. '범죄자와 경제'라는 두 단어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렇게 많이 언급했다는 것은 국민에게는 고통이요, 웅변이 아니다. 너무 익숙하여 들을수록 식상할 수밖에 없다. 권력 잡은 집권당에서 죄인을 처단 못하고 유권자에게 어쩌란 말인가. 또 경제를 논할 때 구체적인 통계수치의 팩트가 따라주지 못한 경제 비판은 유권자에게 호응받을 수 없다. 유권자의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지게 하려면 후보자의 준비된 알찬 내공이 없으면 안 된다. 선거 관할지역의 크고 작은 여러 요구사항이 있는데, 이걸 잘 요리하고 되새김질해서 유권자에게 웅변으로 호소하는 후보자도 드물다.
서울 도봉구(갑)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국힘당 김재섭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그는 도봉구 토박이로 민주당의 텃밭임을 알고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여 대책을 세웠다. 12년 동안 창동민자역사 흉물 방치하고 지역 재개발은 뒷전이었던 전 도봉구청장 이동진과 3선 의원 인재근(김근태 부인)에 대해 실망이 컸다. 22년 지자체 선거 때 당선된 국힘당 구청장 오언석과 오세훈 시장이 협력해서 '창동민자역사 공사'를 바로 추진하였고, 문재인 정부 때 무산되었던 'GTX-C노선 지하화', 우이경전철 방학역까지 연결시키는 것을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협력해서 확정했다. 그리고 김 후보자는 큰 목소리로 웅변으로 지지를 호소하였다. 후보자 연설 혹은 토론은 유권자가 가장 듣기 싫어한 언어가 뭔가를 알아야 한다. 상대방 비리, 약점을 퍼뜨려 승리하는 것보다 자신이 고뇌하고 되새김질하여 만들어진 정책을 알리고(報告), 알게 하고(說明), 시키고(說得), 느끼게 하면(共感) 유권자는 가까이 온다. 웅변은 말의 향연이다. 감동이 없는 유세는 사랑 없는 계모와 같다.





▲AU사이버대학 전)교수
이동환교수
이동환 교수 gwangmae5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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