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화학작용만은 어찌할 수 없어도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 |
2024년 03월 08일(금)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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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해 폭풍적 이끌림으로 사랑을 시작했어도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가 지나면 가슴 뛰는 사랑은 스러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아무리 꽃처럼 보이는 사랑의 감정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단지 뇌의 화학작용 변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용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곳이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다.
이 연구팀이 약 2년 동안 다양한 문화집단에 속한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가면서 얻어낸 결론이다. 남녀가 처음 만나 상대방에 대해 특별한 호감을 느낄 때 대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 물질이 생성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게끔 한다. 그러다가 페닐에틸아민이 생성되어가면서부터는 제어하기 어려운 열정이 분출되어 급속도로 상대방을 갈구하게 된다.
결국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계는 길게 가지 않는다. 조물주께서는 옥시토신이 계속 분출되면 인간의 정상적인 삶은 물론 생명까지도 망가져 버릴 것을 염려해서인지 결국 엔도르핀(endorphin)을 분비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엔도르핀은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 이후 이같은 과정을 겪은 상대방하고는 위와 같은 단계들이 두 번 다시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 사항들은 사랑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독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다듬어진 지성미나 교양미 등으로 원숙한 인간미를 가꿔 가는 것이 사랑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 언행을 극단적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부정적 언어는 어떤 경우에도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상처가 깊은 만큼 치유도 어렵지 않겠는가. 때문에 매사에 언행을 구사할 때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로코 속담에 "말로 입힌 상처는 칼로 입힌 상처보다 깊다."고 했다. 육체적 상처는 약물치료를 잘하면 빠른 시일내에 나을 수 있다. 설령 약물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일이 흐르면 낫는다.
처음에는 깊었던 흉터도 시간이 흐르면서 옅어진다.
하지만 극단적 비판이나 조롱을 당하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만 갈 뿐이다. 모로코 속담에 이런 말도 있다.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첫 번째는 험담하는 사람, 두 번째는 험담의 대상자 그리고 마지막은 험담을 전하는 자"이다. 즉, 험담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독약이란 뜻이다.
탈무드에서는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서 주워 담기 힘들다고도 했다. 우리 속담에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빛을 갚는다고도 했다. 좋은 말의 값어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은가. 칭찬하자. 칭찬은 부작용이 없다. 칭찬은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칭찬하면서 사랑하자. 가까운 사람에게도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옅어져 가는 사랑의 화학작용만은 어찌할 수 없어도 부정적 관계만은 형성하지 말자.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