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명체에게도 피해 주지 않는 나무처럼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 |
2024년 02월 23일(금)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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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림의 중심점은 오히려 나무였다. 클로드 모네는 작품에서 구성보다는 "마법의 공기에 싸인 흰색, 분홍색, 파란색의 달콤함"을 표현했다고 했지만 그림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가장 근거리에서 펼쳐지는 나무가 그림의 전면을 꽉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나무의 위대함과 후덕함을 미적으로 표현했다는 듯이. 또한 나무는 곧게 자란 경우가 거의 없다. 어디로든지 간에 한 방향으로 굽어있다. 그 연유를 잘 알 수는 없지만 대지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서 있는 나무조차도 온전한 직립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는가 보다.
클로드 모네의 앙티브에서도 역시 나무는 바다를 향해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 이처럼 인간들도 무언가 부족하지만 비스듬히 기대고 의지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닐까. 프랑스 시인 에르베 바진은 "강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른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다."고 했다.
그렇다. 세월은 늘 그대로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가 유한 자다. 그러함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악다구니들을 써대고 있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보면 참으로 가관인 것 같다. 그중 한 예가 느닷없이 정치권에서 회자 되는 의대 증원 문제가 아닐까.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치료받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런데 아플 때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경우가 있던가. 몇 걸음마다 동네병원들이 수두룩한데도. 필자도 가끔씩 병원을 가는데 진료 의사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병・의원이나 의사 수가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에서는 지금도 소아과 의료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아과 오픈런으로 고통받는 환아 및 환아 보호자의 고통이 많다는 논리를 펴면서 강행하고 있다. 설령 정부・여당 논리대로 의대 증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년도에 입학해서 졸업 후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적게 잡아도 10년 정도는 걸린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등으로. 그렇다면 그동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웃기지 않는가. 그렇게도 걱정됐다면 약 10년 정도의 대책을 내놓으란 말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소아청소년과를 포기한 전문 인력이 다시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공의 지원율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아과 오픈런이 발생한 원인은 정부가 말하는 소아과 의료인력 부족이 아니라 저수가, 소아필수약 공급 부족,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소송 등 열악한 진료 환경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상당수가 보다 진료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서 진료 영역을 변경했거나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향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증원도 증원이지만 당장 시급한 의료문제 해결방안 강구를 위해 의료인 등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과도 상의해야 하지 않을까. 어디에나 비스듬히 존재하는 나무들처럼.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임성욱 박사 gwangmae56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