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닐까
임성욱박사 gwangmae5678@hanmail.net
2024년 01월 15일(월) 09:07
인생길이 항상 순탄치만은 않다. 진흙탕 길도, 마르고 반듯한 길도 있고 때로는 태풍이나 눈보라가 몰아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향기 그득한 따사로운 봄날도 있다. 또한 너무나 답답할 때도 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가 잘못 전달되었을 때 더욱 그렇다. 이게 인생이다. 누구나 인정도, 사랑도 받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다. 때문에 외면 받을까봐 무섭기도 하다. 이럴 때는 두려워하는 자신을 아껴주고 토닥여 줘야 한다. 이럴 때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맞이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는 우군이 없다고 생각되면 절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질곡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자살을 하든지, 원망의 대상에게 무차별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 한 사례를 지금부터 봐보자. 2004년도에 미국 콜로라도주 그랜비라는 작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53세였던 '마빈 존 히메이어'는 "참 좋은 사람, 사귈만한 사람, 성격도 좋은 사람"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비극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땅 옆의 시멘트 회사와 마찰이 생기면서부터였다. 그는 시멘트 공장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고 자기 땅을 25만 달러에 사라고 했다. 그런데 욕심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차츰 가격을 높여 무려 1백만 달러까지 올렸다. 결국 시멘트 회사는 마빈의 집을 제외한 주변을 빙 둘러 시멘트 공장을 세우기로 해버렸다. 시의회 승인까지도 얻었다.
결국 그의 집과 가게는 고립되고 말았다. 어디로도 나갈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애인은 떠나버렸고 아버지도 죽고 말았다. 소송까지 갔지만 패소했다. 그러다가 별안간 사업체를 정리하고 6개월 동안 잠적해버렸다. 그 6개월 동안 고립감을 느끼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시킬 무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불도저를 개량한 킬도저(killdozer)였다. 이 킬도저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 어느 누구도 침입하지 못하도록 주변에 기름칠까지 했다. 용접공이었기에 자신의 직업특성을 이용해 불도저를 개조했던 것이다. 불도저 겉면을 두꺼운 철판으로 감싸고 시멘트를 발라 외부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했다. 카메라를 설치해 조종석에서 앞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소총과 장총으로 무장도 했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사건 당일 원한 없는 사람들은 모두 피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에 상처 준 사람들의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마을의회, 주정부 그리고 시멘트 공장에 복수하기 위해 킬도저를 타고 다니면서 총을 난사하고 건물을 박살냈다. 특수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때 발생된 재산 피해액은 무려 85억 원 정도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과정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누가 죽었을까. 바로 마빈 자신뿐이었다. 킬도저가 파괴된 건물 턱에 엔진이 멈췄을 때 권총으로 자살했던 것이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노에 가득차서 그랬을까.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킬도저를 만들면서 얼마나 이를 갈았을까.
복수의 대상을 공격해 쾌감을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뿐이었던 것이다. 모자란 인간은 상처받은 자기 자신을 위로할 줄도, 안아주는 것도 모른다. 오직 자신의 상처만이 중요하고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복수의 칼날만 갈 뿐이다. 그런 칼날이 자신의 가슴에 꽂혀 있기에 복수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닐까.
임성욱박사 gwangmae5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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