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 생각에” 세월호 8주기 ‘눈물의 맹골수도’ 세월호 유가족 28명, 참사 현장 찾아 선상 추모식 “가족들, 결코 포기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 다짐 진도 김병차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 |
2022년 04월 11일(월) 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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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 지났건만, 참사가 일어난 바다로 향하는 일은 아직까지도 너무나 고통스럽네요."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엿새 앞둔 10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현장.
해경 3015 경비함정(3000t급)을 타고 이 곳을 찾은 ㈔0416단원고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 소속 유가족 28명의 고요한 흐느낌이 거친 파도 위로 울려 퍼졌다.
오전 10시 30분에 이르러 경비함이 맹골수도에 다다르자 햇빛을 부수는 파도 사이로 노란 '세월호 부표'가 나타났다.
부표를 확인하러 선미 갑판에 오른 가족들은 여기저기서 깊고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두 눈을 지긋이 감거나 차마 못보겠다는 듯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선상 추모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일동 묵념"이라는 말과 함께 추모식이 시작되자, 가족들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1분 동안 고개를 숙인 가족들은 사무치는 당시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듯 고통스럽게 손을 쥐어 보이기도 했다.
묵념을 마친 가족들은 헌화를 위해 선미 난간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파르르 몸을 떨며 눈시울을 붉히는 가족들의 손에는 새하얀 국화꽃이 쥐어져 있었다. 가족들은 선체 난간에 기대 떨리는 손으로 푸른 바다를 향해 새하얀 국화꽃을 던졌다.
몇몇 가족은 노란 튤립과 프리지아를 챙겨와 국화꽃 대신 바다에 던지기도 했다. 일렁이는 거친 파도 위로 수십 여 송이의 꽃들이 눈처럼 내려앉자 가족들은 너나없이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피붙이들을 찾는 가족들의 나지막한 흐느낌이 푸른 파도로 넘실대는 맹골수도 한복판을 가득 채웠다.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식들의 이름을 연신 곱씹던 가족들은 갑판에 주저 앉아 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치면서 오열하거나,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의 흰 면장갑은 눈물을 닦아내느라 어느새 살갗의 색이 보일 정도로 적셔졌다.
선상추모식을 마치고 경비함정이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에도 가족들의 애달픈 시선은 노란 부표에 머물러 있었다.
부표를 바라보던 한 가족은 "또 올게, 아빠가 미안해"라며 구슬픈 목소리로 매년 반복되는 영원한 작별인사를 건넸다.
김종기 협의회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지난 정부의 방관자적이고 소극적인 태도, 그보다 앞선 정부의 온갖 방해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가족들은 멈추지 않았다"며 "8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성역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아 지치고 힘들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을 향해 "4월이면 더욱 아프고 견디기 힘들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몸을 잘 챙겨야 한다"며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우리 아이들의 명예 회복과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격려했다.
진도 김병차 기자 gwangmae5678@hanmail.net